금융 문해력

"1만 원만 넣으시면 나머지는 없던 걸로" — 그 전화가 노리는 건 1만 원이 아닙니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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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민석(가명·43세) 씨는 10년 전 못 갚은 카드빚 300만 원을 잊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가 말합니다. "1만 원만 넣으시면 나머지는 없던 걸로 해드릴게요." 고마운 제안 같지만, 이 수법은 대법원 판결문과 은행 안내문에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빚에는 수명이 있고(상법 제64조·5년), 그 수명을 되살리는 장치가 바로 '조금만 갚기'이기 때문입니다. 반대편에는 더 싼 장치가 있습니다. 채권자는 인지대 5,000원과 송달료 5,500원으로 지급명령을 넣어 5년짜리 빚을 15년으로 늘립니다(금융위원회 공식 자료). 같은 1만 원인데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추민석 씨는 설명을 위한 가상 인물입니다.)

모르는 번호가 아주 친절했습니다

추민석(가명·43세) 씨는 30대 초반에 카드빚을 못 갚았습니다.

300만 원쯤이었습니다. 그 뒤로 10년이 흘렀습니다. 연락도 끊겼고, 그는 그 빚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목소리는 아주 친절했습니다.

"추민석 님, 예전 채무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1만 원만 넣으시면 나머지는 없던 걸로 해드릴게요."

300만 원이 1만 원이 된다니, 고마운 제안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이 수법에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제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KB국민은행 홈페이지에는 이런 경고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채권자, 채권 매입기관 및 채권추심인 등이 일부만 갚으면 원금을 감면해 주겠다고 회유하는 경우, 이미 완성된 소멸시효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숨은 의도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같은 이야기를 대법원도 했습니다. 정확히 1년 전인 2025년 7월 24일, 전원합의체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대부업체나 추심업체 등이 시효완성 후 채무자에게 일부 변제 등 채무승인 행위를 압박하거나 유도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게 하는 데 악용되는 등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은행이 경고하고, 대법원이 판결문에 적고, 금융위원회가 간담회를 연 수법. 그게 저 전화 한 통입니다.

이 글은 그 1만 원의 정체를 다룹니다.


바쁘면 이 표만 보세요

질문근거
카드빚·대출은 몇 년이면 사라지나5년상법 제64조
시효가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나아니요. 내가 주장해야 합니다변론주의
채권자가 그 5년을 늘리는 비용은1만 500원 (인지대 5,000원 + 송달료 5,500원)금융위원회
그러면 5년이 몇 년이 되나15년금융위원회·대법원 2009다39530
지급명령을 받으면 며칠 안에 대응하나2주. 늘려주지 않는 기간입니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조금 갚으면 빚이 되살아나나자동으로는 아닙니다(2025년 7월 변경). 다만 여전히 위험합니다대법원 2023다240299
시효 완성된 빚을 추심하는 건 불법인가아닙니다. 금지 조항이 없습니다채권추심법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줄입니다. 많은 분이 "시효 지난 빚 추심은 불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이 필요합니다.


빚에도 수명이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면 "갚아라"라고 요구할 권리가 생깁니다. 이걸 채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권리를 오래 안 쓰면 사라집니다. 이게 소멸시효입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빚 대부분은 10년이 아닙니다. 5년입니다.

상법 제64조 때문입니다.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은행 대출, 카드 대금, 캐피탈 할부. 전부 회사가 영업으로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상행위이고, 5년입니다.

이건 제 해석이 아닙니다. 금융위원회가 2025년 7월 간담회 자료에 직접 이렇게 썼습니다.

"금융기관 대출채권의 경우 5년(「상법」 §64)"

더 짧은 것도 있습니다. 민법 제163조3년짜리를 따로 정해 뒀습니다. 이자, 급료, 병원 치료비, 물건 판매 대금 같은 것들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빚인가수명근거
은행 대출·카드 대금·캐피탈5년상법 제64조
통신비·물건값·병원비3년민법 제163조
개인끼리 빌려준 돈10년민법 제162조
판결·지급명령으로 확정된 빚10년민법 제165조

마지막 줄을 기억해 두세요. 이 글의 핵심이 거기서 나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5년은 내가 남에게 가진 권리도 똑같이 갉아먹습니다. 잠자는 카드 포인트가 5년이면 사라지는 것도 같은 상법 제64조입니다. 그 이야기는 카드 포인트 현금화 가이드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법은 공평합니다. 내 권리도 5년, 내 빚도 5년입니다.


그 5년은 언제부터 세나요

"연락 끊긴 지 5년"이 아닙니다. 기준은 "채권자가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 날"입니다.

대출이라면 보통 기한이익상실일입니다. 쉽게 말해, 은행이 "이제 남은 돈 전부 내놓으라"고 선언한 날입니다.

그럼 그 날짜를 어떻게 아느냐. 물어보면 됩니다. 법에 물어볼 권리가 있습니다.

채권추심법 제5조입니다.
"채권추심자는 채무자로부터 원금, 이자, 비용, 변제기 등 채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채무확인서)의 교부를 요청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여기 변제기가 들어 있습니다. 시효를 세는 출발점이 바로 이겁니다.

즉 채무확인서 한 장을 받으면, 내 빚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계산할 재료가 손에 들어옵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말을 합니다. "필요시 채무확인서 등 관련자료를 요청하여 기초 채무사실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계산은 5년이면 끝나는 단순한 산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시효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대부분이 걸려 넘어집니다.

5년이 지났다고 빚이 알아서 증발하지 않습니다. 내가 "시효가 지났다"고 말해야 합니다.

법정에서는 이걸 항변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내가 말하지 않은 사실을 대신 챙겨주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공식 자료에서 밝힌 원칙은 이렇습니다.

"우리 대법원이 민법 시행 직후부터 변론주의에 입각하여 시효 항변 내지 원용이 없이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여 판결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이래(대법원 1962. 10. 11. 선고 62다466 판결 등 참조)…"

말이 어렵습니다. 쉽게 옮기면 이렇습니다.

"판사님은 당신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 그 빚이 죽었다는 걸 아는 척해주지 않는다."

1962년부터 그랬습니다. 60년이 넘은 원칙입니다.

그래서 침묵은 곧 패배입니다. 죽은 빚도 내가 가만히 있으면 살아 있는 빚 취급을 받습니다.

한 가지만 구별해 두겠습니다. "그 빚이 5년짜리냐 10년짜리냐" 같은 법 해석은 법원이 알아서 판단합니다. 내가 주장해야 하는 건 "시효가 지났다"는 사실입니다.

이 차이가 헷갈려도 괜찮습니다. 결론은 하나니까요. 말을 하세요.

이 글에서 다루는 건 "이미 죽었을지 모르는 빚"을 지키는 법입니다. 아직 살아 있는 빚이라면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 경우엔 채무조정 완벽 비교 가이드에서 워크아웃·개인회생·파산을 비교해 보세요. 죽은 빚은 버티는 게 답이지만, 산 빚은 버티면 커집니다.

채권자의 1만 500원

이제 반대편 이야기입니다.

채권자도 이 5년을 압니다. 그래서 5년이 다 되어 갈 때쯤, 아주 싼 장치를 하나 씁니다.

지급명령입니다.

금융위원회가 2025년 7월 29일 간담회 자료에서 우리나라 연체채권 처리 과정을 다섯 단계로 해부했습니다. 그 다섯 번째가 이겁니다.

"(소멸시효 연장) 소멸시효(5년) 도래시에는 통상 지급명령 청구를 통해 손쉽게 연장"

그리고 각주에 비용이 적혀 있습니다.

"채권자가 지급명령을 신청하면(1천만원 채권의 경우 인지대 5,000원), 법원이 서면심사 후 결정내용을 채무자에게 송달(1회 송달료 5,500원)하고 채무자가 14일내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확정"

합쳐서 1만 500원입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채권의 회수 가능성에 대한 고려없이 무분별하게 시효를 연장(5년 → 15년)하고…"
1만 500원으로 1,000만 원짜리 빚의 수명이 5년에서 15년이 됩니다.

왜 15년일까요. 앞의 표에서 기억해 둔 그 줄 때문입니다. 민법 제165조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10년으로 만듭니다.

지급명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이 2009년에 확정한 판례의 제목이 그대로 답입니다.

"지급명령에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10년)"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9530)

5년을 채워가던 빚에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거기서 다시 10년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15년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그 결과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소멸시효의 연장으로 자력으로 재기가 어려워 상환 가능성이 없지만 추심 부담에 지속 노출되는 '초장기 연체자'가 양산"

여기서 잠깐 숫자를 세워 봅시다. 되살아난 빚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연체이자가 붙어 계속 자랍니다. 복리가 내 편이 아니라 상대편에서 일할 때 어떤 속도가 나오는지, 복리·J커브 시뮬레이터에 원금과 이자율을 넣어 보면 바로 보입니다.


2주를 가만히 있으면 벌어지는 일

지급명령은 소송이 아닙니다. 법원이 서류만 보고 "이 돈 갚으라"고 보내는 간이 절차입니다.

내 말을 듣는 재판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응 방법도 단순합니다. "이의 있습니다"라고 종이 한 장을 내면 됩니다.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70조입니다.

"①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한 때에는 지급명령은 그 범위안에서 효력을 잃는다.
② 제1항의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
불변기간. 바뀌지 않는 기간이라는 뜻입니다.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이의신청을 하면 지급명령은 효력을 잃고, 사건은 정식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시효 지났습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반대로 2주를 그냥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민사소송법 제474조입니다.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을 취하하거나, 각하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재판 한 번 없이, 판결을 받은 것과 같아집니다.

그다음은 빠릅니다. 민사집행법 제58조 제1항은 확정된 지급명령으로는 집행문도 필요 없이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합니다.

통장이 묶이는 데 서류 한 장 더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내가 한 일결과
2주 안에 이의신청서 제출지급명령 효력 상실 → 정식 소송에서 시효 주장 가능
2주 동안 가만히 있음확정판결과 같은 효력 → 시효 10년 연장 + 압류 가능

2주와 1만 500원. 이 둘의 무게가 같지 않습니다.


법원에서 온 적도 없는데 확정되는 길

"그래도 법원 우편물이 오면 알아채겠지"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원래 지급명령은 공시송달을 못 합니다. 공시송달이란, 우편이 안 닿을 때 법원 게시판에 붙여 놓고 "전달된 걸로 친다"는 제도입니다.

받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송달이 된 걸로 처리됩니다. 그래서 지급명령에는 원칙적으로 못 쓰게 막아 뒀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의2입니다.

이 조문은 22개 기관을 열거해 두고, 이들이 신청하는 대여금·구상금·보증금 채권에는 공시송달을 허용합니다.

목록에는 이런 곳들이 있습니다.

  • 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 상호저축은행
  • 보험회사
  • 여신전문금융회사 (카드사·캐피탈)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 유동화전문회사 (부실채권을 사서 담는 회사)

즉 은행과 카드사, 그리고 그 채권을 사들인 회사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급명령을 확정시킬 수 있습니다.

주소가 바뀌었거나, 우편을 못 받았거나, 그냥 안 열어봤다면 2주는 조용히 흘러갑니다.

다행히 법은 문을 하나 남겨 뒀습니다. 같은 조 제5항입니다.

"제1항에 따라 지급명령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되어 채무자가 이의신청의 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 「민사소송법」 제173조제1항에서 정한 소송행위의 추후보완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
민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은 이렇습니다.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게을리 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다."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몰랐다면, 안 날부터 다시 2주가 주어집니다.

그러니 어느 날 통장이 묶여 있는 걸 발견했다면, 그때가 시계의 출발점입니다. 포기할 때가 아닙니다.

참고로 대부업체는 저 22개 목록에 없습니다. 대부업체가 산 빚이라면 공시송달로는 지급명령을 못 넣습니다.


채무자의 1만 원, 그리고 작년에 바뀐 것

이제 처음의 전화로 돌아갑니다.

"1만 원만 넣으세요." 왜 하필 1만 원일까요. 300만 원을 받아내려는 사람이 왜 1만 원에 만족할까요.

만족하는 게 아닙니다. 1만 원은 미끼입니다.

민법 제168조는 시효를 멈추는 사유 세 가지를 정해 뒀습니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승인. 내가 "이 빚 있는 거 맞아요"라고 인정하는 겁니다. 말로 해도 되고, 각서를 써도 되고, 조금 갚아도 됩니다.

돈을 보내는 순간, 그건 "이 빚은 내 빚입니다"라는 자백이 됩니다. 그래서 시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여기까지가 옛날부터 있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정확히 1년 전에 하나가 바뀌었습니다.

58년 만에 뒤집힌 법리

2025년 7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3다240299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쟁점은 이랬습니다. "시효가 이미 끝난 빚을 조금 갚으면,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1967년부터 대법원의 답은 "그렇다"였습니다. 조금이라도 갚으면 포기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추정이라는 건, 반대 증거를 내가 대지 못하면 그대로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2025년 대법원은 이 답을 뒤집었습니다. 이유가 인상적입니다.

"채무자가 시효완성으로 인하여 그 기산일로 소급하여 채무에서 해방되는 법적 이익을 누리게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의 채무자라면 이처럼 자신의 법적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고 굳이 불리한 법적 지위를 자청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옮기면 이렇습니다. "안 갚아도 되는 걸 알면서 갚겠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몰라서 갚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리고 앞에서 인용한 그 문장이 나옵니다. 대부업체와 추심업체가 이 법리를 악용한다는 지적입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로 옛 판례 다섯 개를 한꺼번에 폐기했습니다.

폐기된 판례선고
66다21731967. 2. 7.
92다47961992. 5. 22.
98다468081999. 1. 26.
2013다124642013. 5. 23.
2021다244, 2512022. 5. 12.

1967년부터 2025년까지, 58년 된 법리가 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 세 가지

여기서 "그럼 이제 조금 갚아도 괜찮네"라고 읽으면 큰일 납니다. 세 가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첫째, 없어진 건 '추정'이지 '포기' 자체가 아닙니다. 민법 제184조 제1항은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미리는 안 된다는 말은, 끝난 뒤에는 된다는 뜻입니다.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바뀐 건 절차입니다. 예전엔 조금 갚으면 자동으로 포기한 걸로 봤고, 이제는 법원이 사정을 따집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이렇습니다.

"일부 변제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및 자발성, 일부 변제액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액 사이의 차이, 일부 변제 당시 시효기간을 도과한 정도, 일부 변제 당시 및 전후의 언동, 당사자들의 관계와 거래지식 및 경험 등"

즉 여전히 포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재판까지 가서 따져야 할 뿐입니다.

둘째, 시효가 '끝나기 전'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 판결은 시효가 이미 완성된 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5년이 안 됐다면, 조금 갚는 건 민법 제168조 제3호의 승인이 되고, 시효는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여기엔 바뀐 게 없습니다.

문제는 내가 그 경계를 정확히 모른다는 겁니다. 대법원도 인정했습니다. "시효완성 여부는 소멸시효기간, 기산점, 중단 또는 정지 사유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되고 "때로 불명확하고 복잡"하다고요.

셋째, 은행 안내문은 지금도 맞는 말입니다.

KB국민은행은 "소액이라도 변제하는 경우 소멸시효가 부활할 수 있으므로"라고 안내합니다.

이 문장은 판결 뒤에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부활한다"가 아니라 "부활할 수 있다"이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은 판결 전과 같습니다. 모르는 빚에 돈을 넣지 마세요. 이유만 정교해졌을 뿐입니다.


그럼 법은 왜 이 추심을 막지 않을까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나옵니다.

"시효가 끝난 빚을 받아내려고 전화하는 게 애초에 불법 아닌가?"

많은 분이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봤습니다. 본문 전체에 "소멸시효"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게 더 이상한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법이 비슷한 상황은 콕 집어 금지하고 있거든요.

제12조를 보면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4.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생절차, 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 면책되었음을 알면서 법령으로 정한 절차 외에서 반복적으로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행위"

파산으로 면책된 빚을 계속 받아내려 하면 금지입니다. 명문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시효로 소멸한 빚은요? 그 자리에 없습니다.

제11조 제1호가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아니한 채권을 추심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긴 합니다. 시효 완성 채권이 여기 해당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학계에서 다투는 문제입니다. 정소민 교수가 2017년 학술지 「재산법연구」에 실은 논문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 민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추심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논문의 앞 문장이 더 서늘합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추심은 법률 지식이 부족한 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업체가 기만적인 방법으로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도록 오도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입법적으로 규제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17년에 나온 말입니다. 그 "입법적 규제"가 어떻게 됐는지는 다음 장에서 보겠습니다.

어쨌든 지금 결론은 이렇습니다. "불법이니까 신고하겠다"는 말은 대체로 통하지 않습니다. 통하는 건 다른 말입니다. "시효 지났습니다. 안 갚겠습니다."


법이 될 뻔했던 조항

여기서 이야기가 흥미로워집니다. 이 구멍은 그냥 방치된 게 아니었습니다. 메우려던 시도가 있었습니다.

2022년 12월 13일, 정부가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킵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그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추심·양도금지 채권) 금융회사, 추심회사가 추심, 양도할 수 없는 채권을 법률로 명문화하였습니다.
\* 소멸시효 완성 채권, 소송 진행중 채권, 채무조정 진행중 채권(신설) 등"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금융회사는 소멸시효 완성일로부터 10영업일 내에 채무자에게 소멸시효 완성사실을 통지하여야 하며, 채무자는 통지 받은날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것으로 봅니다."

읽어보면 이 글이 필요 없어지는 내용입니다.

시효가 끝나면 은행이 먼저 알려줍니다. 추심도 못 하고, 팔지도 못합니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그대로 소멸입니다.

그런데 이 법은 국회를 거쳐 2024년 10월 17일 시행됐고, 저는 시행된 법 조문을 직접 열어봤습니다.

제10조(양도의 제한)에 열거된 양도 금지 채권은 다섯 가지입니다. 채무조정 진행 중인 채권, 사망 후 상속이 안 정해진 채권, 소송 중인 채권 등이 들어 있습니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은 없습니다. 제14조(추심의 제한)도, 그 위임을 받은 시행령 제13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없습니다.

10영업일 통지 의무도 없습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에 있던 조항이, 국회를 지나며 사라진 겁니다.

2022년 정부안2024년 시행된 법
소멸시효 완성 채권 = 추심 금지조항 없음
소멸시효 완성 채권 = 양도 금지조항 없음
시효 완성 시 10영업일 내 통지 의무조항 없음
추심총량제 7일 7회제16조로 시행 중
추심 착수 사전통지제15조로 시행 중

추심 횟수 제한 같은 조항은 살아남았습니다. 시효 관련 조항만 골라내진 듯 사라졌습니다.


남은 건 "대응요령을 알려주라"는 의무 하나

그래도 흔적은 남았습니다. 딱 한 줄입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제15조는 추심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리라고 합니다.
"채권추심자는 개인금융채권의 추심에 착수하려는 경우 … 추심 착수 예정일의 3영업일 전까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개인금융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5. 불법추심이나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추심에 대한 대응요령 등 … 개인금융채무자의 방어권 행사 방법"

읽어보면 묘한 조항입니다.

국가는 "죽은 빚 추심을 금지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죽은 빚일 수도 있으니 대응요령을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막는 대신 알려주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방어는 내 몫으로 남았습니다.

이 조항엔 중요한 단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조문 괄호를 보면, 원래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직접 추심하는 경우는 제외됩니다.

뒤집으면 이렇습니다. 이 통지는 빚이 팔려나갔을 때 옵니다. 낯선 회사 이름으로 우편이 왔다면, 그게 바로 신호입니다.

어기면 제52조에 따라 1천만 원 이하 과태료입니다.

그럼 그 "대응요령"은 실제로 어디 있을까요.

이 글 맨 앞에서 인용한 KB국민은행 페이지가 바로 그겁니다. 제목이 「소멸시효 완성채권 추심 관련 금융소비자 유의사항」입니다.

내용은 훌륭합니다. 채무확인서를 요구하라, 3년이나 5년간 연락이 없었으면 시효를 확인하라, 지급명령을 받으면 2주 안에 이의신청하라, 일부 변제 회유를 조심하라. 이 글이 하는 이야기가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페이지에 가려면 이렇게 눌러야 합니다.

보안센터 → 개인(신용)정보 보호정책 → 금융소비자안내 → 채권추심업무 → 소멸시효 완성채권 추심 관련 금융소비자 유의사항

다섯 단계입니다. 법이 시킨 고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아무도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그 보호에도 금액 천장이 있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을 믿고 계신다면 조문 하나를 더 보셔야 합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제3조입니다.

"② 개인금융채권의 원금이 5천만원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제7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개인금융채권의 원금이 3천만원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제6조, 제9조부터 제13조까지 및 제31조부터 제40조까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빚이 크면 보호 조항 일부가 아예 꺼집니다.

원금이 3천만 원을 넘으면 기한이익 상실 관련 조항, 장래이자 면제, 양도 제한, 그리고 채무조정 요청권까지 빠집니다.

다행히 추심 관련 조항(제14조~제16조)은 금액과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7일 7회 제한도, 사전통지도 살아 있습니다.

그래도 알아둘 값어치가 있습니다. "법이 보호해 주겠지"라고 막연히 믿는 것과, 어디까지인지 아는 건 다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 — 4단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순서를 정리할 차례입니다.

1단계. 채무확인서를 요구합니다

전화가 왔다면 갚겠다는 말도, 못 갚겠다는 말도 하지 마세요. 딱 한 문장이면 됩니다.

"채무확인서를 보내주세요." 채권추심법 제5조에 따라 상대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응해야 합니다. 거기 적힌 변제기가 시효 계산의 출발점입니다.

여기에 강력한 장치가 하나 붙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제14조 제2호입니다.

"개인금융채무자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채무확인서의 교부를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교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개인금융채권"

이런 채권은 추심 자체가 금지됩니다. 어기면 과태료 3천만 원입니다.

즉 채무확인서 요구는 질문이 아니라 방패입니다. 안 주면 추심을 멈춰야 합니다.

2단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시효가 지났는지 확실해지기 전까지 다음은 금지입니다.

  • 1원이라도 입금하기
  • "갚을게요", "조금씩이라도 낼게요"라고 말하기
  • 각서·확인서·상환계획서에 서명하기
  • 채무조정이나 분할상환을 신청하기

전부 승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승인은 시효를 되돌립니다.

"조금만 갚으면 깎아준다"는 제안이 특히 위험합니다. 대법원과 은행이 나란히 경고한 그 수법입니다.

그리고 여기엔 되돌리기 버튼이 없습니다. 한 번 넣은 돈은 돌려받지 못합니다.

앞서 인용한 대법원 자료가 이 부분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 시효가 끝난 걸 알면서 갚았다면 → 민법 제742조 "채무없음을 알고 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 시효가 끝난 걸 모르고 갚았다면 → 민법 제744조 "채무없는 자가 착오로 인하여 변제한 경우에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알고 넣어도 못 돌려받고, 모르고 넣어도 못 돌려받습니다.

"일단 조금 넣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돌려받지"라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습니다. 그래서 확인이 먼저입니다.

3단계. 지급명령이 오면 2주

법원 봉투를 받았다면 시계가 돌기 시작합니다.

2주 안에 이의신청서를 내면 됩니다. 이유를 길게 쓸 필요도 없습니다. "이의합니다"면 충분하고, 시효 이야기는 정식 소송에서 하면 됩니다.

양식과 절차는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이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 안내돼 있습니다.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정식 소송이 됩니다. 이때 인지대 부담은 채권자 쪽으로 넘어갑니다. 지급명령 때 낸 1만 원짜리 인지로는 소송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몰라서 2주를 넘겼다면 민사소송법 제173조의 추후보완이 있습니다. 안 날부터 2주입니다. 공시송달이었다면 소송촉진법 제20조의2 제5항이 아예 "추후보완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못 박아 뒀습니다.

4단계. 이미 확정됐어도 끝이 아닙니다

지급명령이 확정됐다면 보통은 다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44조는 청구이의의 소를 정하면서, 제2항에서 "이의는 그 이유가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것이어야 한다"고 제한합니다. 재판에서 이미 따졌던 걸 또 꺼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이 이렇게 말합니다.

"청구에 관한 이의의 주장에 대하여는 제44조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지급명령은 재판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져본 적이 없으니, 시적 제한도 없습니다.

즉 지급명령이 확정되기 전에 이미 시효가 완성돼 있었더라도, 지금 청구이의의 소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일반 판결에는 없는 길입니다.

관할은 지급명령을 낸 그 법원입니다(같은 조 제4항).

다만 여기서 가장 흔한 사고가 납니다. 민사집행법 제46조 제1항입니다.

"제44조 및 제45조의 이의의 소는 강제집행을 계속하여 진행하는 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소를 냈다고 압류가 멈추지 않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의 강제집행정지를 따로 신청해야 합니다. 소장만 내고 안심하면 통장은 계속 묶여 있습니다.

도움받을 곳

혼자 하기 어렵다면 공적 창구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정확히 알아두세요. 법률구조공단의 소송지원은 완전 무료가 아닙니다. 공단은 "변호사비용과 소송실비(송달료, 인지대 등)는 기본적으로 본인부담"이라고 안내합니다.

다만 겁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같은 페이지에 이런 숫자가 있습니다. 공단이 지원한 소송 15만여 건 중 본인이 변호사비용과 인지대를 전부 부담한 경우는 9.8%였고, 그 경우에도 총액은 평균 17만 원(2016년 기준)이었습니다.

나머지 90%는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받았다는 뜻입니다.

압류가 이미 들어왔다면 지켜야 할 최소 금액이 따로 있습니다. 생계비계좌와 압류 방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되살아난 빚은 이렇게 자랍니다

숫자로 보면 왜 1만 원이 무서운지 분명해집니다.

추민석 씨가 1만 원을 넣었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그게 시효이익 포기로 인정됐다고 가정합니다.

그가 아낀 돈은 299만 원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300만 원짜리 빚이 되살아난 겁니다.

되살아난 빚은 멈춰 있지 않습니다. 연체이자가 붙습니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연 15% 안팎이 흔합니다.

시점남은 빚 (연 15% 가정)
되살아난 날300만 원
3년 뒤약 456만 원
5년 뒤약 603만 원
10년 뒤약 1,214만 원

1만 원을 넣고 1,214만 원을 얻은 셈입니다. 물론 빚으로요.

여기에 지급명령이 한 번 더 붙으면 시효는 다시 10년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초장기 연체자가 양산된다"고 표현한 이유입니다.

복리는 방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내 자산에 붙으면 J커브가 되고, 내 빚에 붙으면 똑같은 모양으로 나를 향합니다. 숫자를 직접 넣어보려면 복리·J커브 시뮬레이터를 써보세요. 원금과 이자율, 기간만 넣으면 곡선이 나옵니다.

그 곡선이 내 편이 아닐 때 어떻게 생겼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저 전화를 끊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2026년, 국가가 다시 손대는 중입니다

다행히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2월 26일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후속 조치가 지금 진행 중입니다.

2026년 6월 17일 보도자료에 방향이 적혀 있습니다.

"'소멸시효의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을 8월중 개정하여 …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지금은 연장이 기본이고 완성이 예외입니다. 이걸 뒤집겠다는 겁니다.

같이 추진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 연체채권을 시효 완성을 조건으로만 손실 처리(대손인정) — 세제 혜택과 연동해 시효를 완성시킬 이유를 만드는 방식
  • 시효를 완성시키기로 했으면 채무자에게 통지할 의무
  • 시효를 연장했더라도 3년이 지나면 재심사
  • 금융회사별 시효완성 실적 공시

2022년에 빠졌던 통지 의무가 모범규준 형태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다만 정확히 알아두셔야 합니다. 아직 시행된 게 아닙니다. 보도자료의 표현은 전부 "개정할 계획", "시행할 계획", "공시할 예정"입니다.

빨라야 8월과 9월입니다. 그리고 모범규준은 법이 아닙니다.

그때까지, 그리고 그 뒤에도, 저 전화를 받는 건 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5년이 지났으면 그냥 무시하면 되나요?

무시가 가장 위험합니다. 전화는 무시해도 되지만 법원 봉투는 절대 안 됩니다.

지급명령을 2주간 무시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기고(민사소송법 제474조), 시효는 10년 늘어납니다. 무시가 아니라 주장을 하셔야 합니다.

Q2. 시효가 지났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채무확인서를 요구해 변제기를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채권추심법 제5조).

KB국민은행 안내문은 이런 기준을 제시합니다. "3년(통신채권 등) 또는 5년(대출채권 등) 이상 채권자로부터 연락(유선, 우편, 소제기 등)을 받지 못했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중간에 지급명령이나 압류가 있었다면 시효는 이미 중단됐을 수 있습니다. 혼자 판단이 어려우면 대한법률구조공단(132)에 물어보세요.

Q3. 2025년 판결 덕분에 이제 조금 갚아도 되나요?

아닙니다. 없어진 건 "자동으로 추정"이지 "포기 자체가 불가능"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동기, 자발성, 금액 차이, 시효를 넘긴 정도, 전후 언동을 종합해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여전히 포기로 인정될 수 있고, 그걸 다투려면 재판까지 가야 합니다.

게다가 시효가 아직 안 끝났다면 조금 갚는 건 그냥 승인이고, 시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민법 제168조 제3호). 이건 바뀌지 않았습니다.

Q4. 추심 전화가 하루에 열 번씩 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제16조 제1항각 채권별로 7일에 7회로 제한합니다. 방문, 전화, 우편, 문자 전부 포함입니다.

어기면 2천만 원 이하 과태료입니다. 금융감독원 1332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Q5. 시효 지난 빚을 추심하는 게 불법이라던데요?

현행법에 금지 조항이 없습니다. 채권추심법 본문에 "소멸시효"라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2022년 정부안에는 있었지만 국회를 지나며 빠졌습니다. 그래서 "불법이다"라고 항의하는 것보다 "시효가 지났으니 갚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게 실제로 통하는 방법입니다.

Q6. 신용정보에 남은 기록은 어떻게 되나요?

시효 완성과 신용정보 등록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시효가 끝났다고 기록이 자동으로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기록 정리는 채권자와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통해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신용점수 회복 과정은 신용점수 완벽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Q7. 가족이 대신 갚아주면 어떻게 되나요?

가족이 임의로 갚는 것만으로 내 시효이익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시효이익 포기는 원칙적으로 채무자 본인의 의사표시 문제입니다.

다만 내가 시켜서 갚았거나 내가 동의한 사정이 드러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도 "그 빚엔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미리 말해두세요.

보증을 선 사람이 있다면 상황이 더 복잡합니다. 이 경우엔 상담을 받으시는 게 안전합니다.

Q8. 빚이 여러 번 팔려서 지금 누구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 자체가 신호입니다. 금융위원회가 그린 경로는 이렇습니다. "은행 → 저축은행·카드·캐피털사 → 매입채권추심업체".

낯선 회사가 연락해 왔다면 개인채무자보호법 제15조의 사전통지 대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원래 빌려준 곳이 직접 추심할 때는 이 통지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추심 착수 3영업일 전에 통지가 왔어야 하고, 거기엔 소멸시효 대응요령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안 왔다면 그 자체가 과태료 사유입니다.


마치며

이 글에서 1만 원이 두 번 나왔습니다.

하나는 채권자의 1만 500원입니다. 인지대 5,000원에 송달료 5,500원. 그걸로 5년짜리 빚이 15년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채무자의 1만 원입니다. "조금만 넣으시면 깎아드릴게요." 그걸로 죽어가던 빚이 되살아납니다.

같은 1만 원인데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정보뿐입니다.

국가는 이 구조를 알고 있습니다. 2022년엔 아예 법으로 막으려 했고, 그 조항은 국회에서 사라졌습니다. 2025년엔 대법원이 58년 된 법리를 뒤집으며 "악용"이라는 단어를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2026년 지금은 금융위원회가 "소멸시효의 원칙적 완성"이라는 원칙을 다시 세우려 합니다.

그러나 오늘 저 전화를 받는 건 나입니다.

그러니 세 문장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채무확인서를 보내주세요." — 시효를 계산할 재료를 얻는 말입니다. "시효가 지났습니다. 갚지 않겠습니다." — 법원이 대신 해주지 않는 말입니다. 법원 봉투를 받으면 2주. — 늘려주지 않는 시간입니다.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살아 있는 빚은 갚아야 하고, 감당이 안 되면 채무조정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다만 이미 법이 끝났다고 정해 둔 빚까지, 몰라서 되살릴 필요는 없습니다.

법은 그 빚이 죽었다고 정해 뒀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말해줄 사람은 나 하나뿐입니다.

면책 조항: 이 글은 2026년 7월 17일 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원문, 대법원 판례속보,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를 직접 확인해 작성한 정보 제공용 콘텐츠입니다. 소멸시효 완성 여부는 기산점·중단·정지 사유에 따라 사안마다 달라지며, 이 글은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대응 전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132)이나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 등 공식 창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추민석 씨는 설명을 위한 가상 인물이며, 금액과 계산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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