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문해력

모르는 사람이 5만 원을 보냈습니다 — 다음 날, 통장이 통째로 잠겼습니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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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결(가명·41세) 씨는 작은 카페를 합니다. 계좌이체 주문을 받으려고 계좌번호를 가게에 붙여 뒀습니다. 어느 날 모르는 사람이 5만 원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은행 앱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잔액 2,800만 원이 통째로 묶였습니다. 그리고 문자가 옵니다. "풀어 드릴까요? 300만 원 보내세요." 이 범죄에는 금융위원회가 붙인 이름이 있습니다. '통장협박'입니다. 사기범이 내 통장을 잠그는 데 든 돈은 5만 원이었습니다. (고은결 씨는 설명을 위한 가상 인물입니다.)

5만 원이 2,800만 원을 잠갔습니다

고은결(가명·41세) 씨는 동네에서 작은 카페를 합니다.

카드 수수료를 아끼려고 계좌이체 주문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계좌번호를 적은 작은 안내판을 계산대에 세워 뒀습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도 적어 뒀습니다.

어느 화요일, 모르는 이름으로 5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주문한 사람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은행 앱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카드 결제 대금도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직원 월급날은 사흘 뒤였습니다.

계좌에는 2,800만 원이 있었습니다. 전부 묶였습니다.

그날 오후,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옵니다.

"계좌 풀어 드릴까요? 300만 원 보내시면 신고 취하해 드립니다."

고 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5만 원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2,800만 원이 잠기고, 왜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돈을 요구할까요.

이 일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고 씨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공식 문서에 쓴 이름입니다.

통장협박입니다.

(고은결 씨는 설명을 위한 가상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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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근거
5만 원 들어왔는데 왜 전부 잠기나법이 "계좌의 전부"라고 적어 놨습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 제1항
합의금 주면 풀리나아니요. 사기범에게는 풀 권한이 없습니다금융위원회
그 5만 원, 빼서 돌려주면 되나안 됩니다. 횡령죄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도17494
며칠 안에 움직여야 하나공고일 기준 2개월. 지급정지일이 아닙니다법 제7조 제1항
2개월이 지나면그 돈이 사라집니다법 제9조 제1항
사라지는 건 얼마인가공고된 금액만. 나머지는 살아 있습니다법 제9조 제1항
이의제기하면 바로 풀리나아니요. 원칙은 2개월 더법 제8조 제2항 제2호
계좌를 푸는 길은 몇 개인가5개법·시행령
내 이름이 공개되나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공고됩니다법 제5조 제2항 제3호

이 범죄의 정체 — 사기범은 '피해자'를 이용합니다

먼저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고 씨의 계좌에 5만 원을 보낸 사람은 사기범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피해자입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1. 사기범이 누군가를 속입니다. "당신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으니 안전한 계좌로 옮기세요."
  2. 사기범이 알려 준 '안전한 계좌'가 고 씨의 카페 계좌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돼 있으니까요.
  3. 속은 사람이 고 씨 계좌로 5만 원을 보냅니다.
  4. 속은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경찰에 신고합니다.
  5. 신고를 받은 은행이 고 씨 계좌를 잠급니다.
  6. 사기범이 고 씨에게 연락합니다. "300만 원 주면 풀어 줄게."

고 씨는 사기범과 말 한 번 섞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계좌가 잠겼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 수법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자영업자 등에게 소액 송금 후 자영업자 등의 계좌 지급정지, 이를 빌미로 금전 요구"

출처는 금융위원회 2024년 2월 1일 보도참고자료입니다.

같은 문서에 피해 실태도 적혀 있습니다.

"통장협박으로 자영업자의 계좌가 정지되면, 피해금 환급이 끝날 때까지 약 2~3개월간 입출금 정지 및 모든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되어 영업에 상당한 피해를 입어 왔었다."
2~3개월. 카페 사장에게는 문을 닫으라는 말과 같습니다.

왜 5만 원 때문에 2,800만 원이 잠기나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들어온 5만 원만 묶으면 되는 거 아닌가?"

법은 그렇게 쓰여 있지 않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 제1항입니다.

"금융회사는 (중략)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즉시 해당 사기이용계좌의 전부에 대하여 지급정지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전부에 대하여"입니다. 그리고 "하여야 한다"입니다.

은행이 야박한 게 아닙니다. 은행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법이 의무로 정해 놨습니다.

그래서 이런 계산이 성립합니다.

항목금액
사기범이 쓴 돈5만 원
잠긴 돈2,800만 원
배율560배

사기범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입니다. 5만 원으로 남의 전 재산을 인질로 잡고, 300만 원을 부릅니다.

그리고 법은 고 씨를 "명의인"이라고 부릅니다(법 제4조 제2항 제1호). 피해자도 아니고 가해자도 아닌, 그냥 '그 계좌 이름 주인'입니다.

이상한 비대칭 — 중고거래 사기는 오히려 계좌가 안 잠깁니다

여기서 많이들 헷갈립니다.

"중고나라에서 사기당했어요. 그 사람 계좌 정지시켜 주세요."

이 법으로는 안 됩니다.

법 제2조 제2호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정의하면서 이런 단서를 답니다.

"다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

쉽게 옮기면 이렇습니다. "물건 판다고 속인 건 이 법 소관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뒤집힌 결과가 나옵니다.

상황이 법이 적용되나계좌 지급정지
중고거래로 사기를 당했다 (물건이 안 왔다)아니요 (제2조 제2호 단서)안 됩니다
중고거래로 물건을 팔았다 (돈을 받았다)그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면 적용계좌 전부 잠깁니다

같은 중고나라인데 결과가 정반대입니다. 속은 사람은 계좌를 못 묶고, 멀쩡히 판 사람은 계좌가 묶입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조문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면 경찰 신고와 사기죄 고소가 별도의 길입니다. 이 법의 지급정지와는 다른 절차입니다.)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① 합의금을 보내는 것

고 씨가 받은 문자, "300만 원 보내면 풀어 드립니다."

금융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해 한 문장으로 답을 적어 놨습니다.

"사기범은 지급정지 해제 권한이 없으므로 합의금을 절대 송금하지 마세요."

당연한 이야기인데 잊기 쉽습니다. 계좌를 잠근 건 은행입니다. 은행에 신고한 건 피해자입니다. 사기범은 그 절차에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사기범이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입니다. 피해자에게 다시 연락해서 "신고 취하하라"고 유도하는 것. 그런데 그 피해자는 이미 사기범에게 속아 본 사람입니다. 사기범 말을 다시 들을 이유가 없습니다.

300만 원을 보내도 계좌는 안 풀립니다. 5만 원 때문에 300만 원을 더 잃을 뿐입니다.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② 그 돈에 손대는 것

이게 더 위험합니다.

"어차피 남의 돈이니까, 5만 원 빼서 돌려주면 되는 거 아닌가?"

안 됩니다. 횡령죄가 될 수 있습니다.

근거는 대법원 2018년 7월 19일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판결의 사안 자체가 딱 이 상황입니다. 어떤 사람의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613만 원을 보냈고, 계좌 주인이 그중 300만 원을 뺐습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영득할 의사'는 어려운 말입니다. 쉽게는 "내 것으로 삼을 마음"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5만 원을 만졌다가 5년을 걸 수는 없습니다. 모르는 돈이 들어오면 그냥 두는 게 정답입니다.

법이 만든 이상한 역설 — 공범이면 무죄, 무고하면 유죄

같은 판결에 이런 대목이 이어집니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두 번 읽어야 하는 문장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계좌 주인이그 돈을 빼면
보이스피싱 공범이다사기죄만 성립. 횡령죄는 안 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사기죄는 없지만 횡령죄가 붙습니다
공범이면 횡령죄가 없고, 무고하면 횡령죄가 있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횡령죄는 '남의 돈을 맡아 준 사람'을 처벌하는 죄입니다. 공범은 애초에 돈을 '맡은' 게 아니라 '뺏은' 겁니다. 반면 무고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피해자의 돈을 맡아 버린 상태가 됩니다.

대법원은 사기범과 계좌 주인 사이의 관계도 정리했습니다.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다."

즉 "사기범 돈을 떼먹었다"는 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은 사기범의 돈을 지켜 주지 않습니다.

결론은 하나입니다. 억울할수록 그 돈에 손대면 안 됩니다.

(참고로 이 판결은 '잘못 보낸 돈'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그쪽 이야기는 착오송금 반환지원 가이드에 정리해 뒀습니다. 같은 판결의 다른 쪽 얼굴입니다.)


시계는 2개월입니다 —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기서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입니다.

법 제7조 제1항이 이의제기 기한을 이렇게 정합니다.

"명의인은 (중략) 지급정지 또는 (중략) 전자금융거래 제한이 이루어진 날부터 제5조제2항에 따른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경과하기 전까지 금융회사에 (중략)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지급정지일부터 2개월"이 아닙니다. "공고일 기준 2개월"입니다.

'공고'는 금융감독원이 홈페이지에 올리는 절차입니다. 이걸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라고 합니다. 시행령 제6조 제3항에 따라 2개월간 게시됩니다.

그리고 법 제9조 제1항이 그 2개월의 끝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정합니다.

"명의인의 채권(개시 공고가 이루어진 금액에 한한다)은 (중략) 최초의 채권소멸절차 개시의 공고일부터 2개월이 경과하면 소멸한다."
소멸. 그 돈에 대한 내 권리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 돈은 피해자에게 환급됩니다.

묶이는 건 전부, 사라지는 건 그 돈뿐

위 두 조문을 나란히 놓으면 중요한 사실이 보입니다.

구분범위근거
지급정지 (잠기는 것)계좌의 전부법 제4조 제1항
채권소멸 (사라지는 것)공고된 금액만법 제9조 제1항

고 씨의 경우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잠기는 돈: 2,800만 원 전부
  • 2개월 뒤 사라지는 돈: 5만 원 (공고된 금액)
  • 2,795만 원: 사라지지 않습니다. 절차가 끝나면 돌려받습니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면 2,800만 원을 다 잃는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잃는 건 5만 원입니다.

진짜 손해는 돈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그 두세 달 동안 월급도 못 주고 카드 대금도 못 냅니다. 카페는 그사이에 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의제기를 하는 겁니다. 5만 원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2,795만 원을 빨리 쓰려고 하는 겁니다.

이의제기 — 법이 정한 세 가지 사유

법 제7조 제1항은 이의제기 사유를 셋으로 나눕니다. 어느 사유를 대느냐에 따라 풀리는 범위가 다릅니다. 이게 잘 안 알려져 있습니다.

사유조문어떤 사람풀리는 범위
1호이 계좌는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다계좌가 잘못 지목된 경우전부
2호그 돈은 재화·용역의 대가로 받았다중고거래 판매자, 가게 주인전부
3호이 계좌는 피해금 편취용이 아니다통장협박 피해자피해금을 뺀 나머지

2호의 원문은 이렇습니다.

"제9조에 따라 소멸될 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명의인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받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취득한 것임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

물건을 팔고 받은 돈이라는 걸 증명하면 됩니다. 다만 단서가 있습니다.

"다만, 해당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중략) 명의인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알고도 받았거나, 크게 부주의했다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3호는 통장협박 대응 조항입니다. 2024년에 새로 들어왔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이렇게 설명합니다.

"통장협박 피해자도 피해금 편취 의도가 없음을 소명하는 객관적인 자료(예: 협박문자 등)를 가지고 금융회사에 이의제기를 신청하면 피해금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한 신속한 지급정지 해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협박 문자가 증거가 됩니다. 고 씨가 받은 "300만 원 보내세요" 문자를 지우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3호로 풀리는 범위가 '나머지'인 근거는 법 제8조 제1항 제2호 단서입니다.

"다만, 같은 항 제3호에 따른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사기이용계좌에 예치된 금액 중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을 제외한 금액에 한정한다."

고 씨로 치면 5만 원만 남기고 2,795만 원이 풀리는 것입니다. 이걸 '일부지급정지'라고 부릅니다.

이의제기 실전 — 종이 세 장이면 됩니다

절차가 복잡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합니다. 시행령 제7조가 필요한 걸 다 적어 놨습니다.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법 제7조제1항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4호서식의 이의제기신청서에 다음 각 호의 서류를 첨부하여 사기이용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제출하여야 한다.
1.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
2.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의 신분증 사본"

즉 이렇습니다.

무엇을어디에
이의제기신청서 (별지 제4호서식)계좌를 만든 그 은행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자료같은 곳
신분증 사본같은 곳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은행입니다.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냅니다.

'증명하는 자료'가 관건입니다. 상황별로 이런 것들입니다.

  • 가게를 한다면: 사업자등록증, 주문 내역, 포스 매출 기록, 손님과의 대화
  • 중고거래를 했다면: 판매 게시글, 구매자와의 채팅, 택배 송장, 물건 사진
  • 통장협박이라면: 협박 문자·통화 녹음, 모르는 돈이 들어온 내역

금융감독원은 비대면 서류제출 창구도 운영합니다. 은행 방문이 어려우면 보이스피싱지킴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의는 금융감독원 1332번(3번 메뉴)입니다. 담당은 금융사기대응단입니다.

계좌가 풀린 뒤에도 '잃어버린 두 달'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시간이 돈으로 얼마였는지 계산해 보세요. 복리·J커브 시뮬레이터로 확인하기 →

"이의제기하면 바로 풀리나요?" — 아니요

여기서 실망하는 분이 많습니다.

법 제8조 제1항 제2호는 "이의제기가 있으면 지급정지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뒤 제8조 제2항 제2호가 이렇게 뒤집습니다.

"금융회사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중략) 제7조제2항에 따라 명의인의 이의제기 사실을 피해자가 통보받은 날부터 2개월이 경과하기 전(에는 지급정지를 해제하지 아니한다)"
또 2개월입니다. 피해자에게 소송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취지입니다.

다행히 같은 조항에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게 실질적인 열쇠입니다.

"다만, 명의인이 제7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함을 객관적인 자료로 충분히 소명하고 이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급정지를 해제할 수 있다."
"해제할 수 있다"입니다. "해제하여야 한다"가 아닙니다. 은행의 재량입니다.

그래서 자료가 전부입니다. 어설프게 내면 2개월을 더 기다립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내야 합니다.

2026년 5월, 금융감독원이 이 문제를 건드렸습니다

이 '기약 없는 기다림'이 오래 문제였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5월 4일, 지급정지 계좌의 이의제기 업무처리 절차를 표준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료는 KDI 경제교육·정보센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발표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개선 항목내용
처리 기한소명자료를 충분히 갖춰 내면 5영업일 내 심사결과 통보
요구 자료사유별 최소한의 공통 자료만 요구, 부족할 때만 추가 요청
소액 입금요건을 채우면 일부지급정지로 전환

문제 인식도 같은 자료에 적혀 있습니다.

"최근 통장협박, 통장묶기 등으로 인해 비교적 소액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의 지급정지 및 전자금융거래 제한이 수개월간 지속되어 명의인의 경제생활에 애로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음."

다만 정확히 짚어 둘 게 있습니다. 이건 법 개정이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만든 업무 절차 표준화입니다. 그리고 위 자료는 "은행권부터 우선 시행하고 타 금융업권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무조건 5영업일이면 풀린다"고 믿으면 곤란합니다. 은행에 이 기준을 근거로 요구할 수는 있습니다.

계좌가 풀리는 다섯 가지 길

이의제기만 길인 게 아닙니다. 법과 시행령을 합치면 출구가 다섯 개입니다.

근거조건특징
① 이의제기법 제7조서식 + 자료 + 신분증가장 기본. 자료가 전부
② 채무부존재확인 소송법 제4조의2 제2항명의인이 직접 제기절차 자체를 멈춥니다
③ 수사기관의 확인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호무혐의 확인피해금 추정액은 제외
④ 피해자의 취소시행령 제8조 제1항 제1호피해자 전원이 취소내가 못 정합니다
⑤ 소액·기간 경과시행령 제8조 제1항 제3호잔액 1만 원 이하 + 90일사실상 해당 없음

③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호는 이렇게 정합니다.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해당 사기이용계좌와 관련하여 (중략)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제3항을 위반한 사실(이 없음)을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경우"

경찰 조사에서 "이 사람은 통장을 판 적이 없다"가 확인되면 풀린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에서 "경찰 무혐의 확인서를 은행에 내라"고 하는 조언의 법적 근거가 이 조항입니다.

단서도 있습니다. 피해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그래도 안 풀립니다.

⑤는 숫자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법 제5조 제1항 제6호는 "3만 원 이하의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라고 씁니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3만 원'이라 적힌 글이 많습니다.

그런데 시행령 제6조 제2항이 실제 금액을 정합니다.

"법 제5조제1항제6호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란 1만원을 말한다."

법의 '3만 원'은 정부가 정할 수 있는 최대치이고, 실제 기준은 1만 원입니다. 통장협박은 보통 5만 원, 10만 원을 넣기 때문에 이 길은 거의 열리지 않습니다.

진짜 카드 — 소송을 걸면 절차가 멈춥니다

②가 강력한데 잘 안 알려져 있습니다.

법 제4조의2 제2항입니다.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명의인 또는 피해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채무부존재확인·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이름이 어렵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나는 저 사람에게 갚을 게 없다"를 법원에서 확인받는 소송입니다.

이걸 걸면 두 조항이 연동해서 움직입니다.

  • 법 제5조 제1항 제5호: 소송이 법원에 걸려 있으면 채권소멸절차 공고를 하지 않습니다
  • 법 제8조 제1항 제1의2호: 그 사유가 생기면 지급정지·채권소멸절차를 종료합니다

2개월 시계가 멈춥니다. 다만 법 제8조 제2항 제1의2호에 따라 피해금 부분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묶여 있습니다.

소송은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5만 원 때문에 소송까지 갈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잠긴 돈이 크고 은행이 이의제기를 안 받아 줄 때 쓰는 카드입니다.

참고로 지급정지된 계좌는 압류도 안 됩니다(법 제4조의2 제1항). 누구도 그 계좌에 압류·가압류·질권설정을 못 합니다.

내 이름이 금융감독원에 공고됩니다

이 부분을 모르고 있다가 놀라는 분이 많습니다.

법 제5조 제2항은 금융감독원이 공고할 내용을 정합니다. 그중 제3호가 이렇습니다.

"3. 명의인의 성명 또는 명칭"

고은결이라는 이름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계좌번호와 은행 이름도 함께 올라갑니다(제2호).

실제로 금융감독원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페이지가 있습니다. 조회 항목이 명의인 / 계좌번호 / 금융회사입니다.

내 계좌가 공고됐는지, 공고일이 언제인지를 여기서 확인합니다. 공고일을 알아야 2개월 시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같은 페이지에 이의제기 방법도 안내돼 있습니다.

'금융거래 제한'은 아무에게나 붙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말을 봅니다. "계좌 지급정지되면 몇 년간 금융거래 못 한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조문을 봐야 합니다.

법 제13조의2 제1항은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를 지정하는 요건을 정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제4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해당하면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대여한 자로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경우

핵심은 "선고받은"입니다. 형이 확정돼야 합니다.

즉 계좌가 잠겼다는 것만으로 지정되지 않습니다. 통장을 팔거나 빌려줘서 유죄를 받은 사람이 대상입니다.

금융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안내합니다.

"타인에게 양도·대여되어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제13조의2)에 따라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등록되어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제한됩니다."
"양도·대여되어"입니다. 통장협박 피해자처럼 아무것도 안 한 사람과는 트랙이 다릅니다.

물론 지급정지 자체로 이미 전자금융거래가 막힙니다. 그건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 "형 확정 후 몇 년간 계속되는 제한"입니다.

통장을 빌려주면 5년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아무 짓도 안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반대쪽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통장 좀 빌려주면 50만 원 줄게." 이런 제안이 실제로 돌아다닙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이 금지 행위를 셋으로 나눕니다.
금지 행위요건
1호접근매체를 양도·양수조건 없음
2호접근매체를 대여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한 경우
3호접근매체를 대여범죄에 쓰일 걸 알면서

'접근매체'는 통장, 체크카드, 비밀번호, 공동인증서 같은 것들입니다.

벌칙은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입니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2020년에 형이 무거워졌습니다.

인터넷에는 아직 "3년 이하 징역, 2천만 원"이라 적힌 글이 많습니다. 그건 같은 조문의 제5항(다른 유형)입니다. 통장 대여는 제4항입니다.

금융위원회도 같은 숫자를 씁니다.

"전자금융거래법(§49④)에 따라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

50만 원 받고 5년을 걸 일이 아닙니다.

(가족 명의로 계좌를 굴리는 문제는 법이 또 다릅니다. 배우자·자녀 명의 주식계좌의 3중 리스크에 정리해 뒀습니다.)

2026년, 이 법은 두 번 더 바뀝니다

지금 시점에서 알아 둘 게 있습니다. 이 법은 2026년에만 두 번 더 바뀝니다.

시행일법률바뀌는 것
2026년 8월 4일제21320호'사기관련의심계좌' 개념 신설 + 정보공유분석기관 도입
2026년 10월 1일제21503호법 이름 변경 + 가상자산까지 포함

8월 4일 개정이 이 글의 주제와 직결됩니다. 법 제2조에 제8호가 새로 붙습니다.

"8. "사기관련의심계좌"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계좌를 말한다.
가. 피해금의 입금·이체·송금·출금에 이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
나. 계좌 명의인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
나목을 보세요. "계좌 명의인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입니다.

법이 드디어 고 씨 같은 사람을 문장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명의인은 '의심받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리가 법에 생겼습니다.

같은 날 제13조의4도 신설됩니다. 정보공유분석기관을 만들어 사기 정보를 모으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금융실명법 제4조와 신용정보법 제32조·제35조·제38조의 적용을 배제합니다. 그만큼 강한 권한입니다.

10월 1일 개정은 더 큽니다. 법 이름 자체가 바뀝니다.

  • 지금: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 10월 1일부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피해금'이 '피해자산'이 됩니다. 돈이 아닌 것, 즉 가상자산까지 담기 위해서입니다. '사기이용계좌'도 '사기이용계좌등'으로 바뀝니다.

예방 — 계좌번호는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금융위원회의 당부 중 두 번째가 이겁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계좌번호를 노출하면 통장협박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 씨가 당한 이유가 정확히 이것입니다. 카페 계산대의 안내판, 인스타그램 프로필의 계좌번호.

현실적으로 계좌번호를 아예 안 쓸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줄일 수는 있습니다.

  • 영업용 계좌와 생활비·목돈 계좌를 나눕니다. 잠겨도 하나만 잠깁니다
  • 계좌번호는 공개 게시물 말고 개별 대화로 보냅니다
  • 모르는 돈이 들어오면 그냥 둡니다. 빼지도, 돌려주지도 않습니다
  • 모르는 돈이 들어오면 먼저 은행에 알립니다. 나중에 소명할 때 유리합니다
  • 협박 문자는 지우지 않습니다. 법 제7조 제1항 제3호의 증거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화가 나서 지우기 쉬운데, 그게 가장 강력한 자료입니다.

계좌 하나에 전 재산을 두면 잠겼을 때 전부가 멈춥니다. 나눠 두는 것만으로 위험이 줄어듭니다. 복리·J커브 시뮬레이터로 자금 계획 점검하기 →

자주 묻는 질문

Q1. 모르는 돈이 들어왔습니다. 아직 계좌는 안 잠겼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그 돈에 손대지 말고, 거래 은행에 먼저 알리세요. "모르는 입금이 있다"고 기록을 남겨 두는 게 나중에 소명할 때 유리합니다. 빼서 돌려주는 건 위험합니다. 상대가 진짜 주인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잘못 건드리면 횡령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Q2. 5만 원 때문에 2,800만 원이 다 사라지나요?

아닙니다. 사라지는 건 공고된 금액뿐입니다(법 제9조 제1항). 다만 잠기는 건 계좌 전부입니다(법 제4조 제1항). 돈을 잃는 게 아니라 시간을 잃는 구조입니다.

Q3. 사기범이 "합의금 주면 풀어 준다"고 합니다.

금융위원회 안내가 명확합니다. "사기범은 지급정지 해제 권한이 없으므로 합의금을 절대 송금하지 마세요." 계좌를 잠근 건 은행이고, 신고한 건 피해자입니다. 사기범은 그 절차에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Q4. 이의제기는 어디에 하나요? 금융감독원인가요?

계좌를 관리하는 은행입니다(시행령 제7조). 별지 제4호서식 이의제기신청서에,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자료와 신분증 사본을 붙여 냅니다. 금융감독원은 공고를 담당하고 상담(1332, 3번)을 받습니다.

Q5. 이의제기하면 며칠 만에 풀리나요?

법 제8조 제2항 제2호는 원칙적으로 2개월을 더 기다리게 합니다. 다만 같은 조항 단서가 "객관적인 자료로 충분히 소명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이 2026년 5월 발표한 개선안은 5영업일 내 심사결과 통보를 담고 있습니다. 자료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내는 게 핵심입니다.

Q6. 중고거래로 물건을 팔고 받은 돈입니다. 풀 수 있나요?

법 제7조 제1항 제2호가 그 경우를 정면으로 규정합니다.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받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취득한 것"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면 됩니다. 판매 게시글, 채팅 내역, 택배 송장, 물건 사진을 모으세요. 다만 사기에 이용된 걸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안 됩니다.

Q7. 통장을 빌려준 적이 있습니다. 처벌받나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위반입니다. 대가를 받고 빌려줬거나(2호), 범죄에 쓰일 걸 알면서 빌려줬으면(3호) 같은 법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의2에 따라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Q8. 내 계좌가 공고됐는지 어디서 확인하나요?

금융감독원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페이지에서 명의인·계좌번호·금융회사로 조회합니다. 공고일을 확인해야 2개월 시계를 셀 수 있습니다. 공고는 2개월간 게시됩니다(시행령 제6조 제3항).

한눈에 정리

  • 모르는 돈이 들어오면 계좌 전부가 잠깁니다. 법이 "전부에 대하여"라고 씁니다
  • 사기범은 그걸 노리고 소액을 넣습니다. 이름은 통장협박입니다
  • 합의금을 보내면 안 됩니다. 사기범에게는 풀 권한이 없습니다
  • 그 돈에 손대면 안 됩니다. 무고해도 횡령죄가 될 수 있습니다
  • 시계는 공고일 기준 2개월입니다. 지급정지일이 아닙니다
  • 사라지는 건 공고된 금액뿐입니다. 나머지는 돌아옵니다
  • 이의제기는 은행에, 서식과 자료와 신분증으로 합니다
  • 협박 문자를 지우지 마세요. 그게 증거입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기범에게 돈을 보내는 것, 다른 하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둘 다 하지 않는 게 답입니다. 자료를 모아 은행에 내는 것, 그게 법이 마련해 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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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공식 자료

법령

판례

정부·기관 자료

이 글은 2026년 7월 17일 기준 법령과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자료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 상황이라면 거래 은행과 금융감독원(1332), 필요하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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